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준하이

Island Glade 근처의 토배콩 뒷산 중턱에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, 바위 위엔 조그만 구조물이 있어 그 바위 밑 산길로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궁금해하였다. 전기도 없는 저기엔 도대체 누가 살까? 누가 있을까? 산에서 일하는 외국 근로자 일까? 알 수가 없지 그걸 어떻게 알겠나...

지난 주말 산행에서는 우리 그룹 대빵과 제일 마지막으로 등선을 함께 내려오게 되었다. 큰 바위를 지나다가 잠깐 멈추어 도대체 저런 곳에 누가 살까 하면서 핸폰 카메라로 각을 잡고 있는데 갑자기

짠 하고 웬 노인네가 나타나는 게 아닌가... 엉클 거기서 살아요 하고 물으니 살지는 않고 가끔 와서 지낸다고... 등산객이냐고 해서 그렇다 우린 Penang Rainforest Hash 그룹이다 고 했더니 그러면 메디칼 쪽 일하던 Teng을 아냐고...

대빵이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내가 바로 Teng인데 나를 아냐고 하니 네가 Teng이냐 난 준하이다 고등학교 1년 선배... 오래만 이기도 하고 살이 쪄서 몰라보겠구나 어여 올라와 차나 한잔 하라고... 이 뒤쪽으로 올라오라고...

큰 바위 뒤쪽으로 바위에 기댄 사다리가 있어 이를 타고 조심스레 기어올라 만난 준하이...

대빵과의 인연과 영국에서 법 공부하고 가족들과 호주 갔다가 나이 들어 고향에 돌아왔다는 살아온 이야기를 주마등처럼 들으며 나는 혹시 지금 소설 영 굿맨 브라운에 나오는 어느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. 기분 좋은 요술에 빠져 어느 동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거 같은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