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버지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버지와 소주 2병 종갓집 장남이기는 하지만 누나 셋이 있어서 큰 매형 강서방이 장남 역할을 하였고... 난 아버지와는 좀 겉돌았다. 해외생활 몇 년 되던 해에 잠시 휴가차 한국엘 갔다. 한밤중에 자는 나를 갑자기 깨우시고는 소주나 한잔 하자고... 김치를 꺼내놓고 별말 없이 각 1병을 마치고 “이제 됐다 “ 고 하시고는... 그게 아버지와의 마지막 소주가 되었다. 부자간에 별 애틋한 감정 없이 남자대 남자로 볼 때 나는 아버지로부터 별 큰 교훈을 못 받았고 나 역시 아버지한테 까칠한 아들이었다. 소주 1병으로 말 못 한 세월을 대신하고 세월이 또 흘러... "이젠 됐다"는 그 말을 되새긴다. 나는 불효자였다. 더보기 아버지와 란 (蘭) 어릴 적 우리 집에 란이 있었던 적이 있다. 시집간 둘째 누나 집엔 란이 흔했는데, 그래서 우리 집에도 란이 몇 개 생겼었다. 키울 줄을 몰라 점점 시들어가는 란이 죽기 전에 꽃이라도 한번 봤으면 하고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는데 그런 기대는 싹만 나면 싹둑 잘라버리는 아버지의 가위질과 함께 잘려버렸다. 아버지의 논리는 새싹을 잘라야 지금 있는 게 잘 자랄게 아니냐는... 란만 그런 게 아니고, 아파트 마당 화단에 있는 꽃이든 뭐든 새싹 같은 게 나오려고만 하면 그냥 싹둑 잘라버려서 당신 집안에 있는 화초나 자르지 왜 남의 집 앞 화단까지 침범하여 맘에 들지 않는 가위질을 해대냐며 이웃들과도 마찰음이 잦았다. 그래서 남들 다 자는 새벽에 나와 가위질을 해버리는 근면함도 보여주셨다. 이건 일종의 독재자의 품성.. 더보기 생선 무조림 야 무가 참 달구나... 하시며 생선조림이 밥상에 오르면 무만 열심히 드시던 아버지. 생선과 함께 조려졌으니 좀 달기야 하겠지만 그런 이유를 핑계로 자식에게 생선을 더먹게 하시려는 게 아닐까...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. 어느덧 세월이 흘러 아내가 생선조림을 식탁에 올려놓으면 야 무가 참 달구나... 하면서 고개를 파묻고 열심히 무를 골라 먹는다. 그 시절 야 무가 참 달구나... 하셨던 아버지가 자식 생각하느라 그러신 게 아니었구나... 하고 생각하면서... 더보기 이전 1 다음